퇴사와 이직이 커리어의 아주 자연스러운 부분이고,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나 N잡러를 꿈꾸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는 인생에서 무겁고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주말의 끝자락이면 '때려치우고 싶다', '출근하기 싫다'는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다가도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출근준비 하고 있는 게 우리의 모습 아닌가요?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사람, 그리고 평생 회사에 매달려 살고 싶은 사람. 저자는 이 책이 그 모든 사람들에게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자신의 하루하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아프로 헤어
저자인 이마가키 에미코는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유명합니다. 회식자리에서 우연히 써 본 아프로 헤어 가발에 주변 사람들은 "진짜 잘 어울린다"며 폭소했고, 아닌 게 아니라 본인도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아직 젊다고 생각했던 자신도 문득 깨닫고 보니 중년기에 접어들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간인지 그렇지 않은 인간인지 선별 대상 연령이 되려던 참이었습니다. 선배와 상사들이 살뜰히 보살펴주고, 때론 혼이 나기도 하고 때론 실패하면서 씩씩하게 자랐던 청춘 시절은 종말을 맞이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미래가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원래 회사에 도움이 될 만큼 훌륭한 사원도 아니었고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앞으로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우울했습니다. 그런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겁니다. "그래, 하자! 아프로 헤어."
그 후 그녀의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십 대도 중반이 지나, 세상에 이런 일이, 대인기를 누리는 리즈 시절이 찾아온 것입니다. 혼자 선술집에 들어가면 생면부지 아저씨가 "이 언니, 진짜 맘에 든다! 한잔 사줄게! 안주도 하나 시켜!" 하질 않나. 어느새 점원이 "이건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 하고 삶은 풋콩을 슬쩍 상에 내오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카페에서 원고를 쓰고 있는데 누군가 지나가다 느닷없이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 싶어서 왔습니다" 하고는 "오늘 저녁 술 한잔 같이 하시죠!"하고 집요하게 청한 일도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따져서 이렇게나 인기가 좋으니 혹시 이걸로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지기까지 했답니다. 실제로 술이니 커피니 여기저기서 사주니 말입니다. 게다가 이유라는 것이 고작 '아프로 헤어'라는 것뿐이니... 어쩌면 인생이란 의외로 엄청나게 심플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자기 인생에 대해 늘 무언가를 두려워합니다. 약해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치열해야 한다며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고 심각하게 열심히 산 만큼 보답이 돌아오느냐 하면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사실에 우리는 상처받고 불안해하고 노력이 부족하다며 또다시 스스로를 채찍질하지요. 그런가 하면 이런 반복 속에서 인생이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그녀는 회사를 그만둔다는 게 어쩌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와 거리를두니 보이는 것들
저자는 돈과 일의 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며, 오히려 돈이 필요 없어지면 일이 재미있어진다고 말합니다. 회사에서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월급이 올라갑니다. '평가=돈'인 셈입니다. 하지만 월급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에 무관심해지면, 자기에 대한 평가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고, 사심 없이 적극적으로 일에 뛰어들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상사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식으로 변해갑니다.
이런 사원들이 있다는 건 실은 회사로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월급을 미끼로 사원을 지배하다 보면, 아무래도 윗사람 마음에 들 만한 것에만 신경 쓰는 사원들이 활개를 치게 됩니다. 눈앞의 단기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것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현대처럼 복잡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에는 아첨꾼들만 득실거려선 헤쳐나가기 어렵습니다. 조직과 개인의 역학관계가 팽팽히 맞서는 곳이야말로 '좋은 회사'가 아닐까요?
그렇게 회사 속에서 내가 독립된 개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면,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일=회사'가 아니며, '회사=인생'이 아니니까요.
행복을 위한 제안, 회사 의존도를 낮추자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그것이 출구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물건이 팔리지 않고,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데 회사가 성장하려고 분발하다 보니 악덕이 시작됩니다. 성장에 구애받는 한, 덫은 죄어올 뿐입니다.
경제성장을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다시 행복의 사이클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언제 올이 모를 것에 '자기 인생의 행복'이라는, 한 번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을 건다는 건 너무나 위험부담이 큰 일 아닌가요? 저자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자기 안에 있는 '회사 의존도'를 낮추라고 제안합니다. 요약하자면 '돈'과 '인사'에 연연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도, 적게 받는 사람도 가능한 한 그 월급에 전면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업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생활을 점검하고, 자기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자는 뜻입니다. 돈 들이지 않는 즐거움을 찾아보자는 뜻입니다. 그렇게 약간이라도 지출을 줄이고, 쓰지 않고 남는 돈이 조금씩이나 쌓여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회사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말고 무엇이든 좋으니 좋아하는 일을 찾아볼 것을 추천합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치관이 회사에 의해 좀먹는 비율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저자는 그렇게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분명 일 본연의 기쁨이 되살아날 것임을 강조합니다. 일이란 원래, 사람을 만족시키고 기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행위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기뻐할지 고민하는 것은, 무엇보다 창조적이고 가슴 뛰는 행위입니다. 그건 돈이나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돈을 벌기만 하면 뭐든 해도 좋다는 것은 일이 아니라 사기입니다. 장기적인 눈으로 봤을 때 결코 회사를 위한 게 못 됩니다. 그런 기쁜 사람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늘어난다면, 실체 없는 '회사'라는 괴물이, 사람들의 행복을 좀먹는 '회사 사회'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요?
회사란 나를 만들어가는 곳
저자에게 회사란, 더없이 좋은 '인생의 학교'였습니다. 우선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닙니다. 돈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성격이 맞지 않는 동료와 상사와 어떻게 맞춰갈 것인가.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따르지 않아 자신감을 잃었을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불합리한 인사이동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납득할 수 없는 명령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화사란 쉴 새 없이 다양한 당근과 채찍을 꺼내 사원들을 휘두릅니다. 이 파상공격은 학생 시절에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리얼하고 힘겨운 것들뿐입니다. 조금이라도 정신 줄을 놓았다가는 당장 그 힘겨움에 잡아먹혀 인생이 엉망이 되어버리고도 남음 직한 것들입니다. 회사원이 된 이상, 누구나 그것들 하나하나와 정면으로 부딪쳐가야 합니다.
마치 영화의 성장 스토리 같습니다. 주인공은 어떤 목적을 향해 친구와 '여행'을 합니다. 도중에 적의 공격과 친구의 배신 같은 엄청난 시련을 겪으면서도 전진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기도 하고, 달성하지 못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실은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닙니다. 주인공은 그 가혹한 여정이 끝났을 때, 분명 여행을 떠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손에 넣습니다. 물론 이제 천진난만했던 소년 시절의 반짝임은 사라지고 쓰디쓴 것들, 모순들도 가득 안게 됩니다만, 그게 불행한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은 비로소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쓴 것도 슬픈 것도 모두 삼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단련하는 것을 뜻합니다. 회사에 취직하면 그것만으로도 누구나 영화 주인공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역시 회사란 멋진 곳이지요?
그렇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을 끝내는 것'이 아닐까요?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납니다. 여행에서 졸업하는 날이 옵니다. 그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여행에 의존하게 됩니다. 여행이 편하다면,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침낭이나 텐트에서 지내는 여행이라면 걱정 없습니다만, 가는 데마다 쾌적한 호텔이 준비되어 있다면,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조차 잊고 어려움에 맞닥뜨릴 필요도 없어져, 그저 여행을 계속하는 것만이 목적이 됩니다. 결국에는 반드시 맞이하게 될 '아무도 호텔을 준비해주지 않는' 사태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졌던 그때까지의 행운도 잊어버린 채 그저 어쩔 줄 몰라 자기가 얼마나 불행한지 탄식만 하는 꼴이 됩니다. 성장 스토리와는 정반대의 세계입니다.
그렇습니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 것'. 그것만큼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요.
* 위 내용은 책 '퇴사하겠습니다(저자 이나가키 에미코, 옮긴이 김미형, 출판사 엘리)'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