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츠타야(TSUTAYA) 서점으로 유명한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의 대표 마스다 무네야키가 쓴 책입니다. 거의 10년 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큰 울림을 주는 그의 메시지와 통찰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왜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지, 기획자라면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그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배경
그는 소비 사회가 3단계로 변화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소비 사회의 첫 단계 '퍼스트 스테이지'는 물건이 부족한 시대입니다. 이 경우, 고객의 입장에서는 상품 자체가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어떤 상품이든 용도만 충족하면 팔 수 있습니다. 일본을 예로 든다면 전후의 혼란기에서 고도성장기까지가 이 시대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인프라가 정비되고 생산력이 신장되면 상품이 넘쳐 나는 시대가 찾아옵니다. '세컨드 스테이지'입니다. 이 시대는 용도만 갖춘 상품이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목가적인 시대가 아닙니다. 가치의 축은 상품이지만 그것을 선택하기 위한 장소, 즉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보다 효과적인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가 높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현재, 오늘날의 소비 사회는 더욱 진보하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금세 알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플랫폼이 넘칩니다. 인터넷상에도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해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서드 스테이지',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적자본론의 뜻
바로 '제안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 플랫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기업을 성립시키는 기반은 재무자본이었습니다. 퍼스트 스테이지나 세컨드 스테이지에서는 '자본'이 당연히 중요했습니다. 충분한 상품과 플랫폼을 만들려면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비사회가 변하면 기업의 기반도 바뀌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만으로는 '제안'을 창출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입니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비즈니스 사회에서는 디자이너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비즈니스 맨(경영자이든 직장인이드) 각자에게 미술대학이나 전문학교에 들어가 디자인을 공부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비유적인 의미에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비즈니스맨에게 제품 디자인 등에 관한 감각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디자인을 음미하고 곱씹어 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 츠타야 서점과 지적자본론
일본 역시 서점은 사양산업이었습니다. 마스다 대표는 기존 서점이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불러오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존 서점은 잡지, 단행본, 문고본 등으로 책이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유통을 하는 쪽의 입장에서 이뤄진 분류입니다.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CCC는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합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방문해 보면 그곳은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등 장르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내용이 가까운 것들끼리 단행본이든 문고본이든 틀을 넘어 횡단적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고객은 '유럽을 여행한다면 이런 문화를 접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거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매일의 식사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제안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제안 내용을 바탕으로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면, 일단 어떤 제안이 고객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지, 어떤 제안이 고객의 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하게 될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은 고도의 편집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 자본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적 자체가 아니라 서적 안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을 만든다.'라는 서점의 이노베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지적자본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안 능력이 회사 내부에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척도가 된 것입니다.
오프라인의 의미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간 이후, 리테일의 주도권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 갔습니다. 온라인 매장은 무한한 상품의 종류와 낮은 가격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압도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온라인 매장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여지는 없을까요? 우선 즉시성과 직접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즉시성을 극한까지 추구한 것이 편의점입니다. 24시간 365일, 언제나 필요한 상품을 집 근처에서 즉시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직접성을 명확하게 구현해 보이고 있는 것은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쇼핑몰입니다. 압도적인 양의 브랜드와 상품들이 내뿜는 박력이 고객의 발길을 이끕니다.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 편의점과 대형 쇼핑몰은 아직 추진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편의점과 대형 쇼핑몰과 온라인 매장. 단지 그것만으로 사람들이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마음'이라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편안함'입니다. 편의점이나 대형 쇼핑몰이 아닌, 일반적인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에 대해 우위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은 지적자본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리테일에 관심이 있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디자이너가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세련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 위 내용은 책 '지적자본론(저자 마스다 무네아키, 옮긴이 이정환, 출판사 민음사)'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