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이라기 보단,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의 비화(祕話, back story)'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습니다. 두 천재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뿐만 아니라, 이 둘과 지브리의 여정을 함께하며 이 책을 쓴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조차 기획과 프로모션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비화들을 통해 이들의 성공은 단지 천재성에만 기댄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날의 지브리를 만든 건 '집념'입니다. 천부적인 재능뿐 아니라, 엄청난 끈기와 노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성공의 과정보다, 그들이 영화를 만들 때 소재를 발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기획은 반경 3미터 안에서 태어난다
다카하타 감독의 작품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이른바 히어로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스토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큰 사건이 아닙니다. 남들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본인에게는 큰 문제라서 희로애락의 감정이 솟구치는데, 그런 모습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려나가는 것이 다카하타 감독 영화의 매력입니다. 특히, 「이웃집야마다군」이야말로 그를 위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캬바레식 클럽이 캬바쿠라 얘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영화의 기획단계에서 프로듀서였던 스즈키 도시오가 캬바쿠라를 좋아하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들려준 일이 있었습니다. 캬바쿠라에서 일하는 여성 중에는 원래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서툰 여성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여러 손님들과 열심히 대화하는 사이에 점점 밝아지고 기운이 난다는 것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음과 동시에 캬바쿠라를 목욕탕으로 바꾸어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치히로가 목욕탕에서 가오나시를 비롯해 수많은 신들을 대접하는 사이에 기운을 되찾은 것입니다.
지브리에서는 종종 '기획은 반경 3미터 안에서 태어난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영화의 소재도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굴러다니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깝기 때문에 당연히 '현대성'이 깃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브리 영화가 히트하는 이유의 한 자락은 그런 곳에 있는 게 아닐까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저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는 판타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현실감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시퀀스 안에 기승전결이 있고 스토리가 있습니다. 조용한 시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갑자기 강력하게 장면이 전개됩니다. 그 낙차 안에서 거짓 세계에 무서우리만큼 현실감이 태어납니다.
지브리의 소재들은 항상 일상 속에 있고, 그 현실 속에서 가장 강력한 판타지가 피어납니다. 우리 주변에도 영화 같은 일들이 가득할지 모릅니다. 어쩌면 하루하루 살아내는 우리의 인생 자체가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인생을 지루한 일상으로 바라볼지, 상상력을 가지고 경이로운 사건으로 바라볼지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우리에게 그렇게 묻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이냐고.
*위 내용은 책 '지브리의 천재들(저자 스즈키 도시오, 옮긴이 이선희, 출판사 포레스트북스)'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