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시장의 전체 매출 규모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오프라인 공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프라인 공간이 낼 수 있는 수익률은 예전에 비해서 크게 감소했고 앞으로는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온라인의 시대, 오프라인은 몰락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당신도 경험했듯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대체될 수 없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과 그로부터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TV가 처음 생겼을 때 영화관이 모두 없어질 거라고 했지만 영화관은 TV와 공존하고 있고, OTT가 나온 지금도 영화관은 여전히 생존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의 사진과 영상을 찾아볼 수 있지만, 해외여행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납니다. 다만, 오프라인 상업공간의 니즈가 오프라인 공간 경험 그 자체에서 온다는 뜻은 상업 공간 외에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이 곧 오프라인 상업 공간의 경쟁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앞으로의 오프라인 상업공간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 수 있는 몇몇 소수 점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살아남는 공간에는 그것들을 관통하는 6가지 법칙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 6대 4의 법칙
- 선택과 집중의 법칙
- 차원진화의 법칙
- 최대 부피의 법칙
- 경계 지우기의 법칙
- 세계관 구현의 법칙
이 법칙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6대 4의 법칙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체험의 핵심은 바로 온라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풍부한 감각 정보입니다. 시각이나 청각에 의존하는 온라인 콘텐츠와 달리 오프라인 체험은 시각, 청각은 물론 후각, 촉각, 미각까지 다양한 감각 기관을 동시다발적으로 자극합니다. 유휴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쇼핑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서비스를 붙여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만드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러한 전략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쿠팡 플레이나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역할을 오프라인 쇼핑몰에서는 유휴 부지와, 그를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유무형의 서비스가 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영업공간과 유휴공간의 적정비율'이 바로 6대 4라고 강조합니다. 전체 면적 대비 유휴 공간의 면적을 최소 40% 이상 확보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비율이 전체 유통시장 대비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의 비율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51.4%로 과반이 넘었습니다.('22.11월, 산업통상자원부 기준) 온라인 쇼핑으로는 얻을 수 없는 오프라인 상업 공간만의 마케팅 수단, 즉 특별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면적의 비율은 전체 시장 대비 오프라인의 점유율에 연동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휴공간을 조성할 때 중요한 점은 그것을 '중앙'에 배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중앙에 놓인 유휴 공간은 쇼핑몰 전체의 밀도를 낮추고 쾌적함을 높여주는 기능을 갖습니다. 그리고 유휴 공간 주위의 영업공간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긴 통로 양옆으로 매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면, 사람들은 두리번거리며 구경하기보다 양쪽 모두 보는 것을 포기하고 빠른 속도로 앞만 보고 걷게 됩니다. 또한, 유휴공간은 고객의 점유 공간을 확장시킵니다. 40평의 공간에서 10평의 공간을 유휴공간이 중정으로 사용하고, 30평을 테이블 좌석으로 할애했다고 해봅시다. 30평의 영업 공간에 30명이 들어갔을 때, 한 명이 점유하는 공간은 기껏해야 한 평이지만, 중정으로 인해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시각적인 체험을 통해 10평의 다른 공간을 추가로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즉, 한 사람의 점유 공간이 1평에서 11평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이 10평의 유휴 공간은 그곳을 찾는 30명 모두가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에 30번 거듭 사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결과적으로 40평의 제한된 면적 안에서 고객들이 느끼는 공간 효용은 도합 330평을 창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중앙에 유휴 공간으로 10평을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 느낌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고객들이 저마다 느끼는 공간 만족도의 총량이 크게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공간이 좁아서 중앙에 유휴 공간을 둘 수 없거나, 층고가 낮아서 중앙에 유휴 공간을 두어도 탁 트인 느낌을 주지 못하는 곳일 경우, 중앙 대신 고객들이 출입하는 동선에 유휴 공간을 배치하는 것도 좋은 대안입니다.
선택과 집중의 법칙
상업 공간을 기획할 때 한정된 예산 안에서 과연 어떤 것에 힘주어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 이른바 '힙플레이스'라 불리는 매장들을 보면 신기하리만치 내부 벽면이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치 노출 콘크리트가 인테리어의 최신 유행이자 '인스타 핫플'의 상징인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노출 콘크리트를 썼다고 해서 무조건 핫한 매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비용에서 마감에 쓸 비용을 최소화하고, 그렇게 절약한 비용으로 무언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투자한 매장들이 핫플레이스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사람들을 공간으로 오게 만드는 원리를 저자는 '원더(wonder)'라고 부릅니다. 어떤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는 요소를 뜻하는 것이지요. 노출 콘크리트를 놓아두면서 아낀 비용을 투자해 만들어진 그 공간의 핵심 콘텐츠가 바로 '원더'입니다. 이렇듯 각 공간에 최적화된 '원더'를 만들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의 법칙이 필요합니다.
상업 공간이 다른 공간에 비해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다른 목적의 공간에 비해 이용객의 체류 시간이 극명하게 짧다는 데 있습니다. 체류 시간이 짧으니 그만큼 이용객들에게 임팩트 있는 무언가를 심어줄 필요가 생기는 것입니다. 주거 공간과 오피스 공간은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이니 좋든 싫든 그 공간에 오래 머물러야 하지만, 상업공간은 사람들이 놀고 즐기러 오는 공간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나가거나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으며, 설령 마음에 들더라도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잠시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차원 진화의 법칙
핫플레이스하면 사람들은 쉽게 '포토스팟'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포토스팟'과 '원더조닝'은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차이일까요? 일단 스팟은 특정 장소에 고정된 점을 가리키는 0차원적인 공간의 개념입니다. 포토 스팟의 대표적인 예로 벽에 그려진 날개 모양 벽화를 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 서서 자기 몸에 날개가 달린 듯한 포즈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럴 때 이용객들에게 그 장소가 의미가 있으려면 벽에 그려진 양 날개 사이 정확한 지점에 위치해야 하고, 그곳에서 벗어나면 날개 그림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즉, 미리 정해진 자리에서만 의미가 있는 공간이 곧 포토 스팟입니다. 그런 스팟은 최소한의 공간, 즉 한 사람이 서 있을 만한 공간 정도만 필요한 대신에 이용자들에게 자유도를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 지점, 어느 한 벽면에서만 사진이 잘 나오는 포토 스팟이 아니라,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되고, 어디를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는 3차원의 입체로 설계된 원더가 놓여야만 그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올라가게 됩니다.
어떤 원더를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의미가 있는 오브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렇게 만든 오브제를 사방 360도에서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벽에서 떼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어떤 가구나 오브제든지 가급적 벽에 붙이려는 경향을 보이고, 그래야만 뭔가 마음이 놓이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거기에는 공간을 되도록 절약해 활용해야 한다는, 우리가 오랫동안 학습한 관성과 습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좁으면 자연히 가구들을 벽에 붙여야만 여유 공간과 이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아 보이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그러기위해 애써 만든 원더가 공간 안에서 제 기능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벽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첫걸음이자 3차원의 입체 공간을 3차원답게 쓰는 방식입니다.
3차원을 넘어, 4차원 공간을 구현한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는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불멍이나 물멍이 좋은 예입니다. 멍하게 바라보게 되는 불과 물의 핵심은, 그것이 단속적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체라는 것입니다. 뭔가 멍하니 보고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그것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공간 인지는 인간이 자연에서 이미 풍부하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며 움직이는 나뭇잎처럼 말이지요. 시간에 따라 흐르는 공간은 지금 현재의 모습이 언제가는 변하게 될 유한한 것이기 때문에 한층 더 아름답고 귀하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상업 공간에 적용하기 적합한 4차원 공간의 실례로는,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의 키네틱 아트가 있습니다. 그 장치들은 기본적으로 벽면에서 떨어진 3차원 공간에 입체로 구현되어 있고, 나아가 움직이는 4차원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설치된 키네틱아트가 15초 정도의 짧은 시간을 두고 움직임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상업 공간에 들른 이용객들 또한 어떤 물체를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을 시간이 10~15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 그 시간 동안 단속적으로 움직이는 것들을 설치해 이용객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오프라인 상업 공간에 응용하기 쉬운, 4차원의 시공간 요소가 적용된 좋은 예시입니다.
최대 부피의 법칙
최근 초대형 카페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거대한 창고나 식물원을 모티브로 최대한 뻥 뚫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 카페들의 핵심입니다. 큰 공간에는 그 공간이 주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목적이라면 집이나 사무실에서 믹스커피를 타 먹어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따로 시간을 내 일부러 큰 카페를 찾는 이유는, 그들의 소비 감정에 커피를 마시는 일 이상의 욕구가 깔려있다는 뜻이 됩니다. 커피 한 잔 값을 지불하고 소유하는 영역은 광대한 시야까지도 포함됩니다. 아름다운 전경을 실제 소유하고 있지 않을지라도 돈을 내고 사용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것일 수 있다는 점이 초대형 카페의 매력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크다고 느낄 때는 수평적인 면적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수평적인 면적만으로는 '넓다'는 느낌을 줄 순 있어도 '크다'라는 느낌을 줄 순 없습니다. 크다느 느낌이 들려면 넓이가 아닌 부피가 커야 하고, 부피가 크려면 공간의 높이, 즉 층고가 높아야 합니다. 온라인 시대에 사람들은 집에서는 누리기 힘든 뭔가 색다른 공간의 체험을 오프라인 상업 공간에 원하기 시작했고, 그런 관점에서 층고가 높고 부피가 큰 공간이 주는 개방감과 그런 공간 체험이 주는 상업적 포텐셜은 층고가 상대적으로 낮고 연면적을 더 확보한 공간의 양적 효율을 능가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건축면적 100평짜리 건물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건물을 3미터짜리 층고 두 개로 나눠서 연면적 200평을 쓸 때와 6미터짜리 층고인 단층 100평으로 쓰는 옵션이 있다고 했을 때, 전자의 경우 연면적은 두 배 더 확보할 수 있지만, 그 공간의 상업적인 포텐셜은 6미터짜리 100평인 쪽이 훨씬 더 높습니다. 이것이 바로 '최대 부피의 법칙'입니다. 앞으로 상업 공간이 지향해야 할 공간 체험 또한 평소에는 좀처럼 누려보기 힘들었던 수직적 개방감의 사치스러움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계 지우기의 법칙
상업 공간 안에 자연의 요소를 구현하고자 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감각 중의 하나가 바로 어떤 공간이 '자연스럽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보통 실제 자연을 보고 그 자연이 '자연스럽다'고 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자연인 것이고, 자연이 아닌 인공적인 것을 볼 때 칭찬의 의미로 그것을 자연스럽다고 부르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공적인 공간과 오브제를 보았을 때 그것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물론 공간의 콘셉트가 애초에 지극히 인공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든 젠틀몬스터 플래그십스토어의 키네틱아트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오브제를 보고 사람들은 신기하다거나 특이하다고는 말할지언정, 부자연스럽다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비현실적이거나 초현실적인 콘셉트 등 도전적인 방향으로 공간이 기획될 때도, 최소한 그 공간이 부자연스럽게 보여서는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공간을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자연'의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어디서부터가 산이고 어디서부터가 계곡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바다와 해변, 갯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계를 짓기 모호한 공간들이 자연에는 많고, 그런 자연에서 온 공간적인 특성에 착안하여 인공적인 공간에서도 그런 경계 지우기가 구현되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 공간을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됩니다.
자연물과 인공물의 경계 외에 인간이 인지하는 다양한 공간 경험에도 이 법칙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최근 유행하는 3D 영상입니다. '아르떼뮤지엄'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아트가 이슈가 되자, 다른 공간에도 미디어 아트가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처음 봐서 신기한 것 다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뒷받침되지 못해 처음에 본 충격과 신선함이 점점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유행은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오래가기 힘들 것입니다. '유니버설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는 3D 영상 콘텐츠를 실제로 움직이는 어트랙션이나 아날로그 오브제랑 같이 결합하여 어디까지가 아날로그고 어디까지가 디지털인지 구분되지 않게끔 만들어 새로운 현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결국 무언가의 경계를 지운다는 것, 즉 자연과 인공의 경계뿐 아니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지운다는 것에는 그 공간을 체험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곳을 얼마나 더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흐름으로 느끼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활이 걸려있는 것입니다.
세계관 구현의 법칙
이용객들의 체류 시간이 짧고 이로 인해 자극의 역치가 높은 상업 공간의 경우,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수준으로 공간이 기획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공간을 기획할 때 어떤 콘셉트를 정했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도로 밀어붙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기준은 공간 기획자나 제작자가 아닌 이용객의 입장에서 정해져야 합니다.
어떤 공간을 미니멀하게 꾸미고 싶을 때, 보통은 흰색타일 깔고 흰색으로 도장하고 흰색 테이블과 의자까지 맞추고는 다 흰색이니까 미니멀하다며 만족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전혀 미니멀하지 않습니다. 색깔을 흰색으로 통일시킨 것 말고는 하나도 미니멀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진짜 미니멀하려면 바닥, 천장, 벽이 다 하나의 소재에, 별도의 의자나 테이블도 없이 바닥과 벽의 공간이 튀어나온 형태로 가구 모양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업 공간의 경우 그 정도로 미니머해야만 처음 들르는 고객들이 '아, 이 공간은 미니멀하구나'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단순히 색깔을 통일하는 것 정도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 정도로는 다른 상업 공간과 차별점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맥시멀 한 공간을 기획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테이블 하나에 소품이 10개 올라가면 정신 사나울 수 있지만, 그 공간에 처음 들르는 손님들에게는 소품이 30개 정도는 놓여 있어야 이 공간이 맥시멀 하다는 충분한 자극으로 가닿게 됩니다. 맥시멀 한 방향을 정했다면 마찬가지로 그걸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상업 공간에서 중요합니다.
또, 어떤 상업 공간의 콘셉트가 정해졌을 때 콘셉트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다소 과할 정도로 자주 반복되는 것이 그 콘셉트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유리합니다. 식물의 푸름이 매장의 무드를 좌우하기를 바란다면, 식물로 매장을 덮을정도로 꾸며야만 이 공간의 콘셉트가 식물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소재의 반복과 공간의 브랜딩입니다. 이러한 오브제의 무한 반복은 중앙에 원더를 놓을 수 없는 공간의 경우, 나아가 공간의 콘셉트가 단순하고 추상적인 것일수록 더욱 필요해집니다. 간단한 소품이나 장치일수록 매장의 모든 곳에 정말 지긋지긋하게끔 넣어야 사람들이 그 요소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 공간의 어떤 스타일인지는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어떤 스타일이 되었건 그 세계관 안에 들어온 사람이 그곳에 머무는 시간동안 온전히 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정도로 구현된 공간이 만들어질수록 사람들은 기꺼이 그곳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아낌없이 돈을 쓸 것입니다.
여러분도 최근에 다녀온 상업공간 중에 인상깊었던 곳이 있으신가요? 그 공간 속에도 위와 같은 법칙들이 적용되어 있었는지 한번 생각해 본다면 더 재미있는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위 내용은 책 '있는 공간, 없는 공간(저자 유정수, 출판사 쌤앤파커스)'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