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타고 있는 배에 불이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갑판에는 이미 거대한 불기둥이 곳곳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치솟고 있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피할 곳이라고는 없습니다. 배의 난간을 향해 뛰었지만 바다 역시 배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불길을 이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배의 갑판에서 바다의 수면까지는 거의 50미터 높이이며, 바다로 뛰어내린다 해도 짧은 시간 안에 구조되지 않으면 살기를 포기해야 합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988년 7월, 실제로 영국 스코틀랜드 근해에서 발생한 석유시추선 폭발사고에서 생존자 앤디 모칸은 불꽃이 일렁이는 북해의 파도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그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그 순간, 불타는 갑판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곧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구조될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바다로 뛰어드는 목숨을 건 선택을 감행했습니다. 그의 행동은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죽을지도 모르는 가능한 삶'으로의 선택이었습니다.
당신의 삶은 어떻습니까? 지금 당신의 일상에 만족하시나요? 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삶'에서 '멋진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삶'에 도전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욕망이 힘이다
일상의 삶은 욕망으로부터 힘을 얻습니다. 삶이 어려운 것은 가난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욕망이 죽어 가기 때문입니다. 개혁은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 방법입니다. 그것은 변화를 창조함으로써 가장 강력하게 변화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가장 확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법은 바로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창조의 힘은 욕망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욕망은 관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관리된 욕망은 이미 욕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욕망은 깊고 깊은 곳에 있습니다. 스스로도 움켜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소망이나 충동이 아닙니다. 너무나 절실하여 우리를 행동으로 내모는 그런 것입니다. 욕망을 가진 사람은 그것에 오랜 시간을 씁니다.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기도 하고, 자존심을 굽힐 줄도 압니다. 어려운 상황을 견뎌 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의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일에 말할 수 없는 정열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잘못된 깨달음으로 우리를 몰아간 것은, 우리를 기존의 체제에 묶여 두고 통제하고 싶은 보이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이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때때로 우리 부모의 모습으로, 선생의 얼굴로, 직장 상사의 이름으로, 그리고 친구의 한숨 섞인 충고로 우리를 설득시켜 왔습니다.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무난한 처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가족을 위해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하더라도 직장에서 내몰리고 있습니다. IMF 시기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노동이 더 이상 중요한 생산 요소가 아닌 사회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이 마지막까지 잡아 두려고 하는 사람들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욕망이 그들을 한 길로 달려오게 했고, 결국 스스로를 전문가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가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점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자유 경쟁'이라는 기본 규칙 안에서의 승리가, 이 경쟁에 참가한 다른 사람의 불행과 탈락에 의해서가 아니라 솔직한 욕망에 따른 끊임없는 자기 개혁이 가져다준 힘에 의해 주도될 때,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이라는 기업 진화론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절실한 욕망은 그러므로 흐르는 대로 놓아두어야 합니다. 깊은 내부로부터 흘러나와 감동으로 휘몰아치는 욕망을 받아들임으로써 자랑스러운 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다시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회귀는 바로 일상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모든 시간을 그것에 소모해야 합니다. 인생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때 자신의 삶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우리들의 본질적 두려움은 새로움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이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변화를 바라 왔습니까?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반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대개의 경우 어제의 인간으로 남아 오늘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관성과도 같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그대로 있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일단 구르기 시작하면 계속 구르려고 합니다. 정지 상태와 운동 상태의 사이에는 단절이 있습니다. 이 단절을 넘어설 때 우리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 단절은 뿌리 깊은 '정지하고 싶은' 관성을 극복함을 의미합니다. 일상이 주는 무의의 편안함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섭니다. 배워야 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더욱 참기 힘든 것은 매일 그래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바라지 않아서가 아니라 익숙한 생활이 주는 기득권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서이며 일상생활의 편안함을 놓치기 싫어서입니다.
그러나 꿈을 가지고 일단 개혁을 시작하여 구르기 시작하면 끊임없는 변화를 일상의 원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퀴가 일단 구르기 시작하면 계속 굴려 주어야 합니다. 구르고 있는 바퀴를 더 굴리고 싶어질 때, 우리는 변화를 일상의 원리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바로 '굴러감'의 관성을 갖게 된 것이지요. 이는 변화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 이질감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커리어를 개발하려면
깨뜨려야 할 낡은 편견 |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고용원칙 |
· 좋은 직장은 절대로 놓치지 말아라. · 훌륭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좋은 직장을 잡는다. · 마흔 이후에는 직장을 바꾸지 말라. · 당신이 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 출세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선전하라. |
· 회사가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가치이다. · 기업과 개인의 관계를 대등한 협력 관계로 가져가라. · 가변적인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 · 직위는 중요하지 않다. · 부서의 경계를 넘어 프로세스를 이해하라. · 변화를 일상의 원리로 받아들여라. |
새로운 커리어를 개발하여 기업이 요구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려면 먼저 낡은 편견을 깨뜨려야 합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직장이 서서히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꽉 잡고 있는 직장도 언젠가 사라질 운명에 처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오늘날 기업이 원하는 새로운 자격은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욕망과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또 당신이 기질적으로 얼마나 그 일에 적합한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출세하기 위해 스스로를 선전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과 개발할 수 있는 자산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이 앞에서 지적한 낡은 원칙들을 마음에서 몰아냈다면, 새로운 고용 원칙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회사는 이제는 충성심이 아니라,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회사는 당신에게 가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와의 관계를 대등한 협력 관계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피고용자'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가 마치 협력 업체로 아웃소싱된 것처럼 행동하십시오. 회사는 당신의 고객입니다. 그리고 고객은 당신이 믿을 수 있고 사려 깊은 전문가이길 바랍니다. 당신을 찾아가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피고용자의 입장에서 회사의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뀝니다. 이때 당신은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관계를 떠나 대등한 위치에서 스스로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고용자에게 매달리지 마삽시오. 그의 선처와 관용을 바라지 마십시오. 당신의 밥그릇을 그에게 맡기지 마십시오. 가장 확실한 밥그릇의 확보는 당신이 항상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가 당신을 통해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 안에 가장 강력한 생산 수단을 가지고 있는 당신은 이제 프롤레타리아가 아닙니다. 스스로 실업의 가능성으로부터 빠져나오십시오. 피고용자라는 수동적 위치에 있는 자신을 해방시키십시오. 이것은 1인 기업가가 되는 첫걸음이며, 직장인에서 경영인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를 발견하라
교사였다가 미래학자로 길을 바꾼 윌리엄 브리지스의 표현대로 인간을 위해 무엇인가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을 해 놓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나와 당신처럼 늘 조금 피곤하고, 종종 풀이 죽어 있고, 회의적이며, 남의 평가 때문에 괴로워한 보잘것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보잘것없던 사람들이 어느 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은 자신이 그동안 오리가 되고 싶은 한 마리의 백조였음을 발견할 때부터입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의 다른 점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하면서부터 그는 더 이상 오리가 되지 못하는 미운 오리 새끼이기를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고 오리와는 다른 백조의 일상을 따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바꾼다는 것은 발견입니다.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잘 대해 주면 느끼게 됩니다. 느끼면 알게 되고, 그때 세상은 다른 것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고 싶어 하고 있진 않나요? 우리는 내가 되어야 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늘 더 좋은 존재가 될 수 있으며, 늘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지금의 자기 자신보다 나아지려고 애쓰다 보면, 나는 언젠가 나를 아주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의미
삶은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구체적이며, 매일 아침 눈을 비비고 일어났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것이 바로 삶입니다. 그것은 지금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기도 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침에 먹은 음식이기도 하고, 저녁에 좋은 사람과 나눈 빛깔이 아름다운 포도주이기도 합니다. 일상의 일들이 모자이크 조각처럼 모여 한 사람의 삶을 형상화합니다. 그러므로 오늘이 그냥 흘러가게 하지 마십시오. 내일이 태양과 함께 다시 시작하겠지만 그것은 내일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은 영원히 나의 곁을 떠나갑니다. 아쉬워하십시오. 어제와 다를 것 없이 보내 버린 오늘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을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오늘을 어제와 다르게 느끼십시오. 어제와 다른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군중 속의 한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지금 이 고리를 풀지 못하면 우리는 이 오리 떼 속에서 영원히 '오리가 되지 못하는 오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희망을 품어라
속세는 걸리는 것이 많습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모두들 불평을 합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돈이 없어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고 중얼거립니다. 결혼하면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슬픈 목소리로 투덜거립니다. 아이들이 커서 곁을 떠나면 이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넋두리를 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하고 싶지만 못하는 것과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감옥입니다.
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매일 조금씩 그것을 구체화시켜 나가면, 우리 역시 언젠가 쇼생크에서처럼 지리한 일상의 감옥으로부터 자유로운 바깥세상, 내가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세상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희망은 생을 지속하게 하는 힘입니다.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희망하는 것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리뷰를 하다보니 이 책이 무려 20여년 전에 나왔다는 사실에 감탄을 넘어 경악하게 됩니다. 2편에서 계속 리뷰를 이어가겠습니다.
* 위 내용은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저자 구본형, 출판사 을유문화사)'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