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회사건물을 빠져나갈 때면 간신히 붙잡고 있던 마음속 둑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냈을 뿐인데, 어쩌다 내 삶은 밑 빠진 독처럼 텅 비어버린 걸까. 하지만 나는 안다. 다음 날 피곤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 나면 내 삶은 다시 0으로 돌아갈 것이고, 언제 끝날지 모를 일터가 두 눈을 뜬 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60여 년 전, 부도 직전의 지방 중소기업에 입사한 한 청년도 똑같은 고민에 휩싸였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5년 후, 아니 1년 후에도 나는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시간이 흘러 아흔의 노경영자가 된 그는 그때를 돌아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그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도, 그리고 인생도." |
이 책은 위와 같이 시작합니다. 억지로 회사를 다니던 젊은이가 글로벌 기업 교세라의 창업주이자 회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자신이 일의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의 의미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고민하지 않은 책 마지못해 일을 하며 상처받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자신을 비하하고 그 때문에 좌절하기도 할 것입니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 합니다. '일하는 것'은 우리 삶에 닥쳐오는 시련을 이겨내고,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러니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더 자신이 맡은 일에 사력을 다해 전념하라고 말입니다.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버는 건 일을 하는 중요한 이유이자 가치이지만, 저자인 이나모리 회장은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기 위해 일한다'라고 말합니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환상을 쫓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미리 알고 그 일을 선택해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어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노력을 노력으로 여기지 않으며,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일에 집중하면 저절로 추진력이 붙습니다. 추진력이 붙으면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주위에서 칭찬을 해주면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고 그 일에 더 집중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인생에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 지금 하는 일이 좋아지도록 강한 의지로 노력해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면 인생도 자연히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일하는 마음가짐
그럼 일할 때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저는 세가지 메시지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1) 작은 일에도 크게 감동하라
아무리 일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해도, 마치 수도승이 고행을 하듯 힘든 일만 계속해서는 결코 그 일을 오래 할 수 없습니다.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어야 일도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일을 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동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감동에서 샘솟는 에너지를 양식으로 삼아 더욱 열심히 일하는 자세야말로 기나긴 인생을 강인하게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 스스로를 태우는 사람이 되어라
가연성 인간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야만 행동하고, 불연성 인간은 좀처럼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씨까지 꺼버립니다. 이에 반해 자연성 인간은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깁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끝까지 해내려면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타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동시에,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명백한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지시를 받기도 전에 스스로 알아서 적극적으로 일을 찾습니다. 지시한 대로만 일하지 마십시오. 스스로 타오르지 않고 끌려만 다녀서는 아무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습니다. 설령 일을 마무리했다고 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3) 꼭 이루겠다고 간절히 마음먹어라
이나모리 회장이 교세라를 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아래는 그가 마쓰시타 전기산업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의 강연장에서 겪었던 일화입니다. 이 일은 그의 경영철학의 근간이 됩니다.
마쓰시타 회장은 강연에서 '경기가 호황일 때라고 해서 방만하게 경영을 해선 안 된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 여유가 있을 때 미리밀 힘을 비축해두어야 한다, 물을 막아두는 댐처럼 경기가 나쁠 때를 늘 준비하며 경영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뒤쪽에 앉아 있던 사람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습니다.
"강연 잘 들었습니다. 모든 경영자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생각처럼 안 되니까 골치가 아픈 거지요. 어떻게 해야 훗날을 대비해 여유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시지 않겠습니까?" 질문인지 항의인지 모를 발언이었습니다. 마쓰시타 회장은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고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으면 되지" 하고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이나모리 회장은 저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중얼거리듯 내뱉은 그 한마디 속에 담긴 의미와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것입니다. 진정으로 원하고 전념을 다할 때 꿈은 비로소 현실이 됩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일은 어떤 의미입니까? 저를 포함해 내일 일터로 향하는 여러분들의 마음이 좀 더 설레고, 두근거리기를 바라봅니다.
* 위 내용은 책 '왜 일하는가(저자 이나모리 가즈오, 옮긴이 김윤경 , 출판사 다산북스)'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