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라고 하지만... 뭘 잘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커리어론에서는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이 겹치는 영역에서 직업을 찾으라는 조언을 수없이 해왔습니다. 미국 조직개발 이론의 대가 에드거 샤인은 직업을 선택할 때 다음 세 가지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어떠한 활동에 사회적 의의가 있다고 여기는가
하지만 저자는 굳이 말하자면 이러한 물음은 염두에 두는 정도로 그쳐야 하며 너무 진지하게 답을 내도 그리 큰 의미는 없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해본 적이 없는데 잘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려면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 직업이 요하는 기술과 역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자신이 잘하는 영역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정말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결국 개인이 사회에 나와 발휘할 수 있는 강점과 능력은 결국 실제로 그 일을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는 알 수 없습니다.
전환기를 맞이한 사람이라면 자연히 '나는 어떤 일을 잘하는가?' 하는 물음을 직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봐야 뾰족한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일단 운동량, 즉 유동성을 높여 실제로 다양하게 시도해봐야 합니다.
인생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낭비해야 한다. (앤 모로 린드버그, 미국의 작가)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된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와 '무엇을 하고 싶은가'는 전혀 다릅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는 동경에 기반해서 직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고한 끝에 원하는 대로 동경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해도 그 일을 정말로 좋아하고 잘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직종이나 회사명에 대한 동경이 우선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정말로 분명하게 답할 수 있다면 이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세간의 평가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고, 해서 즐거운 일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그 일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 그 일을 잘하기 위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노력은 재능을 넘어섭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때 '꾸준하게 노력을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관점은 사실 가장 중요한 착안점이 됩니다. 그렇기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하면 즐거운가?' 하는 질문이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하는 질문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선택할 때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하는 물음에 고집스럽게 집착해 고민해 본들 소용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직업 나름의 재미와 즐거움은 결국 그 일을 어느 정도까지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의 즐거움은 일을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단,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나 행동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몰입해봐야 비로소 참맛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직을 여러 번 하는 동안 그 직업 나름의 즐거움은 3년 정도는 지나야 알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표면적인 즐거움이나 멋진 모습에만 이끌려 이직했다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또다시 이직하길 되풀이하다가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닫지 못할 수 있습니다.
커리어는 좋은 우연에 의해 형성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육학과 심리학 교수인 존 크럼볼츠는 미국의 사업가와 직장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커리어 형성의 계기 가운데 약 80퍼센트가 '우연'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커리어는 우발적으로 생성되는 만큼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좋은 우연을 불러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습관을 익히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계획된 우연 이론Planned Happenstance Theory입니다. 그는 커리어 형성으로 연결되는 좋은 우연을 불러일으키려면 다섯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호기심 | 자신의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넓혀 관심을 가지면 커리어 기회가 늘어납니다. |
끈기 |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아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우연한 기회나 만남이 생겨납니다. |
유연성 | 상황은 항상 변화합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기회를 붙ㅕㄴ잡을 수 있습니다. 30대 이후 직업을 바꿀 때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가 바로 유연성입니다. |
낙관성 | 내키지 않는 이동 발령이나 역경도 자신이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면 커리어를 넓힐 수 있습니다. |
위험감수 | 미지의 일에 도전할 때는 실패와 역경이 따라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위험에 맞설 때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 무모하게 모험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좋은 우연을 불러들이려면
저자는 좋은 우연을 통해 커리어를 형성을 도모하려면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 어떻게 좋은 우연을 일으킬까?
일에 관련해 좋은 인연을 불러들이려면 지금, 우선 할 수 있는 일을 하루하루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일과 현재의 인맥을 소중히 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좋은 인연을 가져다줄 행운의 인물이 누구일지는 그때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좋은 인연을 불러들이려면 누구에게나 겉과 속이 똑같고 자연스러운 '좋은 사람'으로 있어야 결국 기대 효과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2) 좋은 우연을 어떻게 커리어로 인식하고 연결할까?
자신을 찾아온 좋은 우연을 직업으로 연결하려면 기회가 찾아온 바로 그 순간에 그 일을 맡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이때 필요한 것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로지컬씽킹), 영어 능력, 지식을 쌓기 위한 폭넓은 독서라고 말합니다.
현재의 일과 인맥을 소중히 하고, 새로운 기회를 위해 꾸준히 스스로를 단련하다보면 도전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무엇인가를 계속하다 보면, 결국 나의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길은 원래부터 있던 게 아니라 생겨나는 거니까요!
*위 내용은 책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저자 야마구치 슈, 옮긴이 김윤경, 출판사 김영사)'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