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나 자기 계발을 위해서는 책도 읽고, 공부도 하지만 육아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아는 것이 가장 없는 분야임에도 말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로 가족치료교육의 선구자로 불리는 버지니아 사티어. 그녀는 육아에 있어 네 가지 핵심요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자존감
자존감은 개인적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이 에너지를 통해 우리의 자아는 삶이 안겨주는 여러 과제를 창의적, 현실적, 열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좋아할 때 품위, 정직, 활력, 사랑, 현실의 관점에서 인생을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전적으로 가족의 영향을 받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과거가 없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 본 경험도 없으며, 자신의 가치를 견주어볼 어떤 기준도 없습니다. 아기는 사람들과의 경험과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의존해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5~6년 동안 아이의 자존감은 거의 독점적으로 가족에 의해 형성됩니다.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은 저마다 고유하면서도 동질적인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모두 지문이 다르듯, 나는 이 세상을 통틀어 유일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나는 어떤 식으로든 남들과 다른 게 당연합니다.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신체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나 역시 그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내가 고유한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나는 남들과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한 것입니다. 내가 남들과의 동일성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진 고유한 존재임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나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행위를 멈출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유아의 자존감을 발달시키기 위해선 다음 사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유아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방법
① 아이를 만지는 손길을 스스로 인식하라
② 당신의 눈빛과 표정을 스스로 인식하라
③ 아이에게 말할 때는 대상을 정확히 지칭해서 말하라
④ 아이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하라
⑤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라
첫 번째, 아이를 만지는 손길을 스스로 인식해야 합니다. 아이를 만질 때는 아이가 그 접촉을 통해 어떤 정보를 얻을지 상상해 보십시오. 손길이 거친가 아니면 부드러운가, 애정을 담고 있는가 아니면 두려움에 차 있는가 등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두 번째, 당신의 눈빛과 표정을 스스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그걸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아마도 당신은 아이를 볼 때 분노, 두려움,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무조건 좋은 감정만 느끼고 온화한 표정만 지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에 관한 솔직한 정서적 정보를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 아이에게 말할 때는 대상을 정확히 지칭해서 말해야 합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자존감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아이로 인한 사건과 다른 사람들로 인한 사건을 정확히 구분해 주는 것입니다. 또, 부모는 아이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유아는 별도의 도움이 없으면 사건과 정황, 자신과 사건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무슨 일인지 알 수 있도록 명백하게 말로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아이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면 돌아가는 상황을 스스로 파악함으로써 스스로 자책하는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다섯 번째,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때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며 '나'와 '너'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충실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딴생각을 하면서 건성으로 응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지침들은 당신이 자녀와 온전히 공감하고 성공적으로 애정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의사소통
저자는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거부당할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 보통 네 가지 유형의 의사소통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회유형 |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가며 말을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방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뿐 절대 반기를 들지 않는다. |
비난형 | 비난형은 잔소리꾼이자 독재자로, 무언가를 제대로 알아보는 것보다 권력을 휘두르는 데 훨씬 더 관심이 있다. 비난형은 사실 자신을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복종시킴으로써 자신이 중요한 사람임을 확인하려고 한다. |
계산형 | 계산형은 아주 정확하고 매우 합리적이며 감정 같은 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조용하고 차분하며 침착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쉽게 상처받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
혼란형 |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관련없는 행동이나 말을 한다. 이 사람은 요점에 대응하지 않는다. 내면적으로 어지러운 감정상태에 있기 때문에 목소리는 억양이 없고 말하는 내용과 조화되지 않으며 이유 없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 |
그럼 이상적인 의사소통 유형은 어떤 것일까요? 저자는 그것이 수평형 의사소통이라고 설명합니다. 수평형 의사소통은 입에서 나오는 말과 표정, 자세, 목소리 톤이 일치합니다. 메시지가 단순하고 직접적입니다. 수평형에서는 그 순간 말하는 사람의 진실이 표현됩니다. 용감한 척 말하면서도 정작 속으로는 무력감을 느끼는 비난형과 대조적입니다. 수평형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의도치 않은 어떤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즉시 사과합니다. 존재에 대해서가 아니라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비판과 평가도 사람 자체가 아니라 행동을 대상으로 하기에 수평적인 방법으로 이뤄집니다.
오랜 행동 습관을 버리고 수평형 인간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은 수평형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두려움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거절을 몹시 두려워하기에 그걸 피하려고 아래와 같이 자신을 위협합니다. 여기에 이렇게 답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① 실수를 할지도 몰라.
→ 내가 어떤 행동을 한다면, 특히 그게 새로운 행동이라면 당연히 실수를 할 수도 있지.
② 그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 그래, 모든 사람이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③ 누군가가 나를 비판할거야.
→ 맞아, 사실 난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의 비판은 도움이 되지.
④ 남을 번거롭게 할 수도 있어.
→ 물론이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자꾸 끼어들면 당연히 그럴 수 있지!
⑤ 그 사람은 내가 쓸모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할 거야.
→ 어쩌며 그럴지도 몰라. 때론 내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그냥 웃어넘겨야지.
⑥ 사람들이 나를 결함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 내가 스스로 완벽해져야 한다고 여긴다면 난 결점만 찾느라 바쁠 거야.
⑦ 그가 나를 떠날지도 몰라.
→ 어쩌면 그가 떠날지도 모르지. 그래도 나는 결국 잘 견뎌낼 거야.
의사소통에 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분노도 표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은 분노가 인간의 필수적인 정서라는 걸 인식하지 못 합니다. 분노가 때로 파괴적인 행동을 촉발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분노 자체가 파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파괴적인 건 분노가 아니라 분노의 결과로 취해진 행동입니다. 분노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 감정을 존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입니다. 화가 나는 감정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그걸 관련된 사람에게 명확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면,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선택권이 당신에게 있고, 따라서 스스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규칙
가정에도 규칙이 필요합니다. 어떤 규칙을 가지고 가정을 경영해야 할까요? 저자는 몇 가지 규칙을 제안합니다.
■ 가정에 도움이 되는 규칙
① 어린 자녀에게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낼 기회를 주자
② 집안일을 자존감을 높일 계기로 활용하자
③ 혼자 있는 시간도, 함께하는 시간도 모두 중요하다
④ 나만의 것을 소유하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대개 성인들은 자녀가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모두가 참여할수록 가정 안에서 각자가 주인의식을 느끼게 되므로 한두 사람에게 지나친 부담이 주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어떤 가정은 "여자는 ~는 할 수 없어", "남자는 ~하는 게 아니야"와 같은 말로 도움의 범위를 제한해 놓습니다. 아이들이 '~는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넘어갑니다. 어린 자녀에게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낼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집안일은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가정 경영은 각 가족 구성원에게 자신이 가치 있다는 느끼을 부여 해주기 위한 기나긴 여정입니다. 각자가 집안에서 진행되는 일에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함께한 아이는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분명하고 확실한 소유의 경험은 나눔으로 이어집니다. 자존감이 높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풀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런 감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건 내 것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여럿인데 장난감을 하나 사주고는 모두 같이 가지고 놀라고 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부모로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아이들에겐 심각한 일입니다.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는 데다, 소유의 경험을 온전히 쌓지 못해 자존감을 발달시킬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관계맺기
좀 더 충만한 인간이 되기 위해 보편적으로 필요한 학습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학습은 첫 단계인 유아기에서부터 시작해 인생의 모든 단계와 파트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뤄져야 합니다. 개인의 필수 역량을 구성하는 학습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별 | 나와 다른 사람을 구별하는 것 |
관계 | 자기 자신 및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아는 것 |
자율성 | 누구와도 분리되어 있고 뚜렷이 구분되는 나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것 |
자존감 | 나 자신의 가치를 느끼는 것 |
힘 | 나의 에너지를 사용해 행동하고 이끄는 것 |
생산성 | 나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
사랑 | 열정을 가지고 타인을 받아들이며 애정을 주고받는 것 |
그리고 인생의 단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인생의 결과물을 다르게 만듭니다. 보통 우리는 인생의 단계를 아래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표에 따르면 성인기만이 긍정적인 가치를 갖습니다. 결과적으로 인생의 나머지 두 파트가 무가치하고 권한이 없고, 소외된 상태로 남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온전함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생애 주기 모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생애주기 모델의 인간관계들은 힘이 아니라 건전한 자존감, 가치의 동등함, 사랑, 개인 및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반영된 행동을 근거로 합니다. 이 모델에서는 매 단계를 최고의 상태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인생에 접근합니다. 단계마다 경이로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성장의 마법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각 단계는 우리가 즐기고 배워야 할 시간으로 받아들여지며, 각각이 완전한 시기로 간주됩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임을 기억하면서 그에 부합하게 서로를 대우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가 인생의 모든 주기를 충만하게 살며, 매 단계에서 자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 위 내용은 책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저자 버지니아 사티어, 옮긴이 강유리, 출판사 포레스트북스)'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